날이 밝으면 바쁜 이사가 시작될거다. 짐정리를 마무리하고 잠시 짬을 내어 (집앞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한캔 사들고 단지의 안가던 길을 괜히 돌고 들어와 창가에 앉아) 감상에 잠겨본다.
결혼하고 세번째 집이었고, 10주년이 되는해 이렇게 이사를 또 간다.
산책할 수 있는 단지가 있는 집은 처음이었고, 놀이터 없어 아파트 계단에서 놀던 첫째에게 미안함을 덜 수 있었다.
이곳에서 첫째는 어린이집/유치원/학교입학까지, 둘째는 태어난 집이고 어린이집/유치원까지 무사히 마쳤다.
전망이 참 좋은 집이다. 막상 살면서는 잘 몰랐으면서 이제 나가려니 많이 그리울 것 같다.
특히, 아이들과 나와서 놀았던 소소한 추억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첫째의 자전거와 줄넘기 연습하다가 티격태격하던 모습, 나는 왜 화를 냈을까. 둘째는 그네를 참 좋아했다, 언니처럼 타겠다고 세게 밀어달라고 했지. 비오는날 화단에서 달팽이를 잡아와서 키워보려다 잘 안돼서 다시 보내주기도 했지. 어딘가 멀리 다녀오면 '집이 최고다' 라고 말하던 녀석들. 이 집에서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웃고 행복했다. 돌아보니 참 행복했다.
개인적으로는 서재에서의 내 시간도 정말 황금같은 순간이었다. 재택하면서 회사 업무에 몰입도 잘 했었고, 밤에 아이들 재우고는 토이프로젝트, 커피챗 등 다양한 업무를 봤다. 밤에 출출할때는 아내와 야식도 시켜먹던 소중한 공간, 이제 안녕.
곧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이 집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잊혀지겠지만 우리 가족 함께했던 시간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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