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나의 경력 회고

gamz 2023. 6. 6. 17:52

얼마전 이력서를 업데이트할 일이 있어서 워드를 열어 지난 이력들을 훑어보았다.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면서 어디서 뭘 했는지 그 짧은 문장들을 보고 있자니 당시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그 문장에 담지 못했던 많은 사건들과 나의 감정들 혹은 이력서에 차마 적지 못했던 실패의 기억들도 함께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력서에 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한번 회고하면서 기록해보면 좋겠다고. 당시의 상황과 내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어보자, 좋았던 것들 잘한 것들 뿐만 아니라 실수하고 실패했고 인정하지 못해던 못난 나도 발견해보자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아이들/아내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 회고를 진행했고 약 4만여자 정도로 마무리했다. 기억을 쥐어짜고 사실이 필요한 부분은 예전 작업로그도 뒤져봤다. 누락된 부분도 많고 완전하지 않은 기억도 많았다. 글로 적다보니 어떤 대목에선 당시에 느꼈던 폭풍같은 감정들도 다른 관점으로 이해가되어 누그러지는 경우도 생겼다. 나의 선택과 반복되는 실수의 패턴도 몇몇 보였다.

 

한줄 이력으로 보기에는 성공적으로 완료한, 하지만 나를 번아웃 시켰던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마주쳐야할때는 꽤나 시간이 지난 지금도 힘들었다. 모두가 나를 블레임하는 것 같은 그 생생한 기분.. 하지만 그때보다는 조금더 맷집이 좋아진 나였는지 그게 조금은 소화가 되더라.

 

확실히 좋은 경험이었다. 스스로 화가날 만큼 부족한 사람, 측은할 만큼 아둥바둥 살고 있는 사람, 길을 몰라 방황하고 있는 사람, 그래도 가끔은 기특한 사람.. 내 경력안에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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